1. “우리 아이, 이유식을 전혀 안 먹어요”
이유식 시기가 되면 많은 부모들은 다양한 식단을 짜고, 유기농 재료를 찾으며, 아이의 첫 식사에 온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이유식을 시작하자마자 강하게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음식을 입에 넣으려 하면 울거나 몸을 젖히고, 먹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은 입맛이나 성격의 문제로 넘기곤 하지만, 단순 ‘편식’이나 ‘입 짧음’이 아니라 감각처리장애(SPD)의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2. 감각처리장애란 무엇인가요?
감각처리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는 뇌가 외부의 감각 정보를 적절히 받아들이고 통합하지 못하는 신경학적 문제입니다.
주요 특징
- 외부 자극(소리, 촉감, 냄새, 맛 등)에 과도하게 민감하거나 반응이 둔함
- 특정 감각(입 안, 피부, 손발 등)에 불쾌감이나 거부 반응을 보임
- 행동적으로 회피, 거부, 폭력적 반응이 나타나기도 함
이 장애는 특히 이유식 시기에 입 안의 촉감에 대한 민감 반응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이유식 거부와 감각처리장애의 연관성
단순히 배가 부르거나 식감이 싫어서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입 안의 감각 자극을 뇌가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여 거부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감각처리장애와 이유식 거부의 핵심 연결고리입니다.
이런 반응이 보인다면 의심해야 합니다
- 미음, 쌀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도 입에 닿자마자 뱉는다
- 이유식 숟가락이 입에 가까워지면 울며 고개를 돌린다
- 똑같은 식감의 분유는 잘 먹지만, 다른 질감의 음식은 완전히 거부한다
- 먹은 후 토하거나 구역질을 자주 한다
- 이유식 시간이 되면 손발을 떨고 몸이 긴장되는 모습을 보인다
4. ‘까다로운 아기’로만 보면 안 되는 이유
많은 부모들은 위의 행동을 ‘입이 짧은 아이’, ‘입맛이 까다로운 성격’으로 이해하고
억지로 먹이거나 다양한 식재료로 반복 노출시키곤 합니다. 하지만 감각처리장애가 있는 아기에게 이런 방식은 오히려 불안과 트라우마만 심화시킵니다.
감각처리장애를 오해하면 생기는 문제
- 먹는 행위 자체에 대한 공포감 형성
- 부모와의 신뢰 단절
- 이후 유아기, 아동기까지 이어지는 섭식장애로의 발전 가능성
5. 감각처리장애 체크리스트 (만 6~24개월 기준)
아래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되면, 감각통합 전문가 또는 소아작업치료사와의 상담이 권장됩니다.
- 이유식 시작 이후 심한 거부가 2개월 이상 지속된다
- 분유는 잘 먹지만 고형식 식감엔 극심한 거부 반응이 있다
- 식사 중 구토나 구역질이 잦다
- 물티슈, 손수건 등 입 주변 닿는 물건을 싫어한다
- 특정 옷 재질이나 태그, 양말 등에도 거부감이 있다
- 낯선 환경, 조명, 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한다
- 모래, 진흙, 물감 놀이 등을 심하게 회피한다
- 감정 조절이 어렵고 분노가 잦다
6. 감각처리장애의 원인
(내 아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일까?)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연구 중이지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
- 부모 중 감각과민, 신경발달 이상, 자폐경향, 불안장애 병력이 있는 경우
조산 또는 저체중 출생
- 신경 발달 미숙으로 감각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자극 부족한 환경
- 너무 조용하고 단조로운 환경에서 자란 아기일수록 감각 자극에 민감
감염 및 뇌 손상
- 신생아 시기의 뇌출혈, 황달, 뇌염 등 병력이 있는 경우
7. 진단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감각처리장애는 병원에서 공식 질병명으로 다루는 경우가 드물지만,
소아작업치료사 또는 감각통합전문가를 통해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요 평가 방법
- 감각통합장애 검사 (SI 검사)
- 영유아발달검사 (K-DST)
- 부모 행동 관찰 체크리스트
- 병행 검사: 언어 발달, 운동 발달, 정서 발달 등 통합적 검사
대부분의 지역 발달센터, 소아전문병원, 종합병원 발달클리닉에서 진행 가능
8. 치료는 꼭 필요한가요?
감각처리장애는 발달 지연, 언어 지연, 정서 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유식 시기의 단순 거부 반응이라 해도 조기 개입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치료 방법
1) 감각통합치료 (SI Therapy)
- 감각 자극을 조절하고 받아들이는 훈련을 통해, 감각통합 능력을 회복
- 놀이 치료, 푸드테라피, 브러싱 요법 등 다양하게 구성
2) 식이감각 재훈련
- 다양한 식감, 온도, 색, 맛의 식재료를 적절히 소개하며 입 안 감각 통합 훈련
- 강제적 먹이기 금지. 아이 주도 식사 환경 조성이 핵심
3) 부모 교육
- 아기 반응에 대한 이해, 양육 스트레스 해소
- 일관성 있는 반응과 환경 제공이 치료 효과 극대화에 중요
9. 집에서 할 수 있는 감각 자극 놀이
(매일 10분씩, 아기의 뇌와 입 안 감각을 깨우는 루틴)
- 실리콘 브러시로 입 주변 부드럽게 자극하기
- 손가락으로 볼, 턱, 입술 마사지
- 차갑고 따뜻한 물 번갈아 마시기
- 스스로 입에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손가락 음식 놀이 (고구마스틱 등)
- 바람 불어주기 놀이 (입 주변 공기 자극)
이유식 먹이기 전 5~10분간 진행하면 반응이 훨씬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10. 혹시 자폐스펙트럼과 관련 있나요?
감각처리장애는 단독으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주요 증상 중 하나로 동반되기도 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특징이 동반된다면, 조기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눈 맞춤 회피, 이름을 불러도 반응 없음
- 반복적인 행동(손 흔들기, 돌리기 등)
- 상동적 놀이 반복
- 타인에 대한 관심 부족
마무리: 이유식 거부, 단순 편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이유식 시작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이고 강한 거부 반응이 있을 경우, 단순한 식욕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부모가 그 신호를 먼저 인지하고,
전문가와 함께 감각통합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한다면,
아이의 식사 시간은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육아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휴직 후 복직이 두려운 이유(직장맘 10명 중 7명은 OO에 고민합니다) (4) | 2025.05.26 |
---|---|
어린이집 CCTV 열람권, 어디까지 가능할까?(2025년 부모라면 꼭 알아야 할 권리) (1) | 2025.05.26 |
영아 아토피 관리의 모든 것(피부 트러블?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1) | 2025.05.26 |
2025 엄마들 정보력 어디서 나오나?(임신·육아 정보 얻는 현실적 루트 전격 분석) (6) | 2025.05.21 |
베이비시터 고용 전 체크리스트 (안심하고 맡기려면 이것부터!) (4) | 2025.05.20 |